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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기획 | 2017년 04호
건강 100세 바이오, 디지털에 맡겨라
바이오센서-디바이스-웨어러블의 진화 스마트 의료, 또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현재의 의료를 밑바닥부터 붕괴시켜 의료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글_고종관 의료(문화)콘텐츠Lab 소장(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기자 |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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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쩍 체중이 줄면서 복통을 호소한 김모(53)씨. 얼굴에 황달이 있었지만 몇 달간 무심코 지낸 것이 병을 더 키웠다. 병원에서 부랴부랴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찍은 결과 췌장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그로부터 그는 병마와 싸워야 하는 중증환자로 전락했다.
생검을 위해 바늘을 집어넣어 조직을 떼어냈고, 전이 가능성이 높다고 판정되자 화학요법이 동원됐다. 그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면서 가족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가정 경제는 무너졌다. 문제는 이같은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사가 예상한 그의 생존율은 6~10개월.
현대의학의 임상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질병의 진단과 치료과 정에서 환자가 치러야할 대가는 여전히 버겁다. 특히 암의 경우, 진단율이 떨어지는 암종도 많을뿐더러 설령 발견을 해도 각종 검사와 절차, 그리고 치료과정에 심신이 피폐해진다.


# 생명공학 벤처 CEO인 조지 소토 박사는 3년 전 혈액에 있는 microRNA를 이용해 간단하게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microRNA는 단백질 조절에 영향을 주는 아주 작은 단위의 RNA.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도록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조지 박사는 암 종류별로 microRNA의 발현 정도와 패턴이 다르 다는 것을 알아낸 뒤, 이를 이용해 발현 여부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96개의 구멍이 있는 키트에 시료를 넣고, 시약에 반응시키면 해당되는 암에 따라 각각의 구멍에서 초록빛이 나는 원리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점.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에 mirOculus를 공동 설립하고, 분자생물학적 단계에서 암을 찾아내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밀리리터의 혈액과 간단한 도구만으로 값싸게 암을 진단하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현대의학의 한계와 미래의학의 향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마트 의료, 또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현재의 의료를 밑바닥부터 붕괴시켜 의료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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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시스템을 흔들어 놓는 바이오센서
진단의 역사는 의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치료는 진단을 근거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진단의 가치는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 또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환자에게 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바이오센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진단의 개념을 바꿔놓는다.
현재의 진단방법은 정확하긴 하지만 몇 가지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대량으로 혈액을 뽑거나 조직을 떼어내야 한다. 암 진단의 경우, 이 과정에서 암세포를 퍼뜨려 재발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영상의학 자료를 얻기 위해 방사선을 쪼여야 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인체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계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바이오센서는 인체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항원·항체, DNA, 효소, 혈액성분은 물론 인체리듬, 음파, 열 등을 측정·진단하는 감지기다. 중요한 것은 이를 감지하는 방법이 인체친화적이라는 것이다.
Gi-Logics사는 음향신호를 이용해 위기능을 모니터링하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Abstar®라는 이 제품은 수술 후 소화기능을 실시간으로 전송해 환자의 회복상태를 알려준다.
삼킬 수 있는 바이오센스도 있다. Proteus사의 Helius®는 위속으로 들어가 위산에 의해 활성화한 뒤 인체 내 다양한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한다. 심부 체온을 비롯해 호흡, 수면 패턴, 심장 박동수는 물론 심지어 자세까지 모니터링해 스마트폰으로 볼 수있도록 한다.
비접촉식 온도계로 시장에 선보인 Wishbone은 피부 5cm 이내 거리에서 2초 이내에 체온을 판독한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정확도가 ±0.36도(화씨)에 이른다. 휴대폰에서 데이터를 확인할수 있어 열이 심한 어린이,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센서의 성능은 민감도다. 나노기술을 활용한 바이오센서는 정확도를 높이고, 검사시간을 단축한다.
지난해 말 성균관대 박진홍 교수는 기존의 제품보다 100배 높은 민감도를 자랑하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박교수는 센서의 소재를 이황화몰리브덴(MoS2)을 사용하고, 구조물은 극박막 2차원 반도체를 사용해 센서의 고민감도를 확보 했다는 것.
미국의 Nanobiosym사의 앤티나 골 박사(CEO)가 개발한Gene-RADAR ® 는 혈액이나 타액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유전자의 지문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한다. 놀라운 것은 휴대폰 크기의 진단기기에 시료 한 방울이면 즉석에서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반면 지금까지 검사 방식은 전문인력과 시설이 있는 곳에 샘플을 보내 PCR방식으로 진행한다. 때문에 시간(최종 진단까지 3주) 과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Gene-RADAR ® 검사는 현장에서 이뤄져 잠복기 환자의 감염을 막고, 의심 환자를 격리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가격도 기존 방법에 비해 10~100 배 저렴하다. 전염병의 유행을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볼라와 같은 감염 확산이 빠른 전염병에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현재 바이오센서는 각종 질병진단에서 재택 건강관리, 식품안 전, 운전자의 안전운전, 환경 모니터링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바이오센서 시장규모가 2014년 115억 달러에서 연평균 14%의 성장률을 보여 2021년엔 287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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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의료가 현실화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애고에 살고 있는 제인은 임신 24주의 고위험 산모다. 그녀는 최근 조산의 위험을 막기 위해 조기 진통 검사를 받았다. 그녀는 병원에서 태아의 심박수, 태동을 점검하고, 투박한 자궁수축 검사기를 허리에 둘러야 했다.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검사였다. 병원은 또 그녀에게 집중감시를 위해 며칠 간 입원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집안일은 물론 자녀 양육, 고가의 병원비 부담이 그녀를 난감하게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토드 콜맨 박사팀은 이런 고위험 임신부를 위해 사람 몸에 부착하는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반창고처럼 작고, 얇으면서도 유연하다. 무선으로 통신기능을 갖추고 있고, 전기소모도 많지 않다. 이 패치는 태아와 산모의 움직임, 체온, 혈압 등 생체전기 신호를 증폭해 의사에게 전송한다. 위급한 상황을 가정에서 대처할 수 있어 위급할 때만 병원을 찾으면 된다.


국내에서도 재택의료용 헬스케어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벤처 기업인 힐세리온에서 개발한 휴대용 초음파기기는 무게가 불과 390g이다. SONON으로 명명된 이 제품은 휴대폰이나 태블릿에서 앱을 통해 영상을 구현한다. 세 개의 버튼만으로 구성돼 이용자가 사용하기 편하고, 와이파이 존에서 누구나 고정화면을 캡처해 의사에게 보내면 된다. 현행 의료법 때문에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오지 보건 진료소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또는 장애인부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택의료의 실현은 스마트 헬스케어의 발전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 등 IT기술이 건강을 관리해 주는 시대가 됐다. 휴대폰은 내 손안의 주치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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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의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원격진료 또는 원격 건강관리다.
미국의 뇌졸중 전문의인 아사드 차우드하리 박사는 자신의 병원에서 뇌졸중 환자인 린다 프리스크의 기능평가를 위해 로봇을 파견했다. 환자는 로봇의 화면을 향해 박사가 지시한 대로 웃어 보이거나, 눈을 감는 동작, 그리고 주먹을 쥐거나, 팔·다리를 들어 올린다. 차우드하리 박사는 “이 같은 신경기능 테스트가 실제 진료행위보다 차이는 있지만 차선 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원격의료는 단순한 진료에서 만성질환자까지 두루 쓰인다. 환자의 혈당, 혈압 등 생체 정보를 휴대폰으로 전송해 의사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언제든 모니터링할 수 있다.
InTouch Health사와 iRobot사가 공동 개발한 원격 로봇의사 RP-VITA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 미국과 해외 1000여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용 스코프, 환자감시모니터, 전자청진기, 당화혈색소기 등이 개발된 상태. 그러나 관련법의 미비로 상용 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휴대폰에 붙여 각종 진단을 하는 디바이스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사용자의 인체 혈압, 심전도, 체온은 물론 뇌파와 눈의 움직임까지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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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헬스케어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회사가 얼라 이브코(AliveCor)다.

기기 양쪽에 달린 전극을 잡고 가슴에 대면 실시간으로 심장의 움직임을 체크한다. 일상생활 중에도 심장 박동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부정맥 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제품이 갤럭시나 아이폰의 케이스로 만들어졌다는 것. 평소엔 케이스로 사용하다 진단할 때는 의료기기로 변신한다. 심전도 측정 결과는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될 정도로 신뢰할만한 자료로 활용 된다. 미국 FDA(식약국)에서 정식으로 의료용 승인을 받았다.
신체에 이식하는 기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녹내장 치료 겸용 콘텍트렌즈나, 생체신호 분석을 해 주는 스마트패치 등이 그것이다.
제1형 당뇨 환자에게도 희소식이 있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체내 인슐린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정기적으로 피를 뽑아 혈당을 점검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미국 오리곤주립대 연구 팀은 혈당을 측정해 자동으로 인슐린 공급을 유도하는 인공렌즈를 개발했다. 투명한 센서를 내장해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체내 삽입한 혈당주입기에 실시간으로 혈당 자료를 전송해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공급하도록 설계돼 있다.
미래의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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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형인 웨어러블 헬스케어의 혁신
Grand View Research사의 조사에 따르면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은 2025년까지 223억 달러에 이른다. 인구의 고령화와 당뇨병 및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의 증가가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는 더욱 작아지고, 정확하며, 사용이 편리해지는 바이오센서와 디바이스의 기술이 뒷받침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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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헬스케어는 몸에 착용한 기기를 이용해 신체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말 출시해 인기를 모았던 삼성의 기어S3가 대표적이다.
애플워치나, 빗핏 등 외국제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바로 손목 위의 건강 코치다. 삼성 기어S3의 경우 16종의 운동기록과 활동량 측정이 가능하다.
웨어러블은 인체 어디에 착용하느냐에 따라 분류되지만 역시 기기 착용이 익숙한 부위인 손목(워치 또는 밴드)과 발(신발), 눈( 안경)이 가장 많다.
그동안 웨어러블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측정치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정보의 확장성이 떨어져 건강관리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센서의 진화로 측정이 정확해지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전문가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Bitbite라는 웨어러블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칼로리 등을 계산해 분석해 준다. 심박수, 호흡, 체온 등 생체정보를 하나의 센서에 담는 기술도 개발됐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로부터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플랫폼이 개방될 경우 헬스케어의 사업은 또 다른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관이나 건강관리서비스 전문 기업, 보험사 등이 다양한 건강솔루션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플랫폼 구축은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다. 애플의 헬스 키트(Health Kit), 구글의 구글핏(Google fit), 삼성의 사미 (SAMI)가 그것이다.
보험사가 웨어러블 헬스에 러브콜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관리가 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실제 미국의 보험사인 Oscarhealth는 보험가입자에게 스마트밴드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운동량에 따라 보험료를 월 최대 20달러 줄여주고 있다. 또 스위스의 한 보험사는 웨어러블을 차지 않는 사람에겐 보험료를 할증하 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Yahoo는 직원에게 무상으로 웨어러블을 지급하고, 부서별로 경쟁을 시켰다. 실제 Jawbone사가 개발한 Up for Groups를 활용한 결과, 직원들이 이용한 의료비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직원의 건강한 습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생산성과 관련이 있어서다. 직원의 활동량, 수면 , 스트레스를 파악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의료의 지각변동 중심에 스마트 헬스케어가 있다. 인류의 소망인 완벽한 질병 예방, 그리고 건강증진이 실현되면서 100세를 건강 하게 살 수 있는 날이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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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관 의료(문화)콘텐츠Lab 소장(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대한암매거진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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